전체 사례No. 030
Shopify, Cursor 3천 개를 열다
지원·영업이 먼저 쓴 AI와 한도 없는 토큰 순위표
- 사례 번호
- 030
- 1차 출처
- First Round editorial
- 원문 게시
- 2025-07-15

요약
- Shopify는 한도 없이 최고급 인공지능 도구를 전사에 열고 통합 인프라를 구축했습니다.
- 지원·매출 조직의 Cursor 사용이 가장 빨랐고 AI 주간 보고 초안의 약 절반은 그대로 발행되었습니다.
- 도구 구매를 넘어 조직의 제약을 풀고 과정을 재설계할 때 진정한 가치가 나옵니다.
CEO의 메모 뒤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인공지능 도입을 선언하는 사내 메모를 공개하는 일은 이제 낯설지 않습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 Shopify의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Tobi Lütke가 모든 직원이 인공지능을 반사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기본 기대치로 정한다는 사내 메모를 공개했을 때도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클라우드 기업 Box, 프리랜서 플랫폼 Fiverr, 심지어 캐나다 총리까지 비슷한 형식의 메모를 연이어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선언적인 메모가 발표된 뒤 조직 안쪽에서 실제로 어떤 실행이 이어졌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는 드뭅니다.
벤처캐피털 First Round의 편집팀이 2025년 7월 15일에 공개한 인터뷰에서, Shopify의 엔지니어링 부사장 Farhan Thawar는 이 과정의 이면을 상세히 밝혔습니다. Shopify의 인공지능 도입은 최고경영자의 메모보다 훨씬 앞선 시점에 시작되었습니다. Thawar는 대화형 인공지능인 ChatGPT가 출시되기 약 1년 전인 2021년 말에 이미 사내에 GitHub Copilot을 들여왔고, 빠르게 사용률 80%를 달성했습니다. 메모는 출발점이 아니라, 이미 현장에서 넓게 퍼지고 있던 움직임을 공식적인 조직 원칙으로 확인한 이정표였습니다.
많은 기업이 인공지능 도구를 도입할 때 비용을 걱정해 일부 개발팀에만 소규모로 라이선스를 쥐여줍니다. 반면 Shopify는 정반대의 길을 택했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용 인공지능 편집기인 Cursor 라이선스를 처음에 1,500개 주문한 뒤 곧바로 1,500개를 추가해 모두 3,000개를 회사 전체에 풀었습니다. 고성능 도구를 손에 쥔 뒤 가장 빠르게 사용량을 늘린 집단은 뜻밖에도 엔지니어링이 아니라 고객 지원(support)과 매출(revenue) 조직이었습니다.
조직의 세 가지 마찰과 전사적 개방
Shopify가 맞닥뜨린 과제는 단순히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구매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조직 전체에서 인공지능 도입의 속도와 깊이를 동시에 끌어올려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세 가지 뚜렷한 장애물이 나타났습니다.
첫째는 법무와 보안 조직의 관성이었습니다. 보통 새로운 외부 기술을 도입할 때 법무팀의 기본값은 위험을 막기 위한 거절입니다. Thawar는 다른 주요 기술 기업의 최고기술책임자들과 함께 있는 WhatsApp 단체 대화방에서 동료들이 법무팀의 반대에 부딪혀 겪는 답답함을 자주 토로했다고 회상했습니다. 조직의 기본 반응이 거절에 머물러 있다면, 경영진의 어떤 전략적 선언도 공허한 구호로 끝나기 쉽습니다.
둘째는 도구 접근 권한의 불균형이었습니다. 고성능 인공지능 모델과 도구를 소수의 기술 조직에만 배정하면, 영업이나 고객 지원, 운영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가치 있는 쓰임새를 발견할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됩니다. Thawar는 가치 있는 활용은 회사 어디서든 나올 수 있으며, 무엇이 가장 큰 성과를 낼지는 사전에 아무도 알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셋째는 데이터의 파편화였습니다. Salesforce, GSuite, Slack, GitHub, Gong 등 여러 업무 도구에 흩어져 있는 사내 맥락을 인공지능이 유기적으로 읽어 들이려면, 단순한 상용 모델 구독을 넘어 이들을 한데 엮어 주는 통합 인프라가 필요했습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Shopify는 직무나 직급에 상관없이 모든 직원이 제약 없이 최고 성능의 인공지능 모델을 쓰도록 열었습니다. 출발점은 법무팀과의 합의였습니다. 2021년 GitHub Copilot 도입을 논의할 때 Thawar는 법무팀에 “우리는 아마 이걸 할 겁니다.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고, 법무팀은 “방법을 찾아봅시다”라고 답했습니다. 위험을 피하기 위해 막아서기보다, 안전하게 실행할 길을 함께 찾는 쪽으로 관점을 바꾼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Shopify는 도구 사용에 대한 지출 한도를 없앴습니다. 사내에는 추가 Cursor 토큰에 누가 비용을 가장 많이 쓰는지를 보여 주는 순위표가 있습니다. Thawar는 이를 실질적인 가치를 만들어 내는 사람을 찾아내는 중요한 지표로 여겼습니다. 최근 이 순위표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인물 중 한 명은 최고기술책임자인 Mikhail Parakhin이었습니다. Thawar는 엔지니어가 대규모 언어 모델에 한 달 1,000달러를 더 써서 10% 더 생산적이 될 수 있다면 그 비용을 치를 가치가 충분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프록시 인프라와 현장 직원들이 만든 도구들
누구나 도구를 쓸 수 있는 환경을 뒷받침하기 위해 Shopify는 사내 통합 대규모 언어 모델 프록시를 자체 구축했습니다. 이 프록시는 직원들이 모든 도구와 기반 모델에 한곳에서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입니다. 직원들은 상황에 맞춰 여러 모델을 자유롭게 골라 바꿀 수 있습니다.
이 프록시의 핵심은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odel Context Protocol, 이하 MCP) 서버 전체가 연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MCP는 인공지능 모델이 사내 시스템과 데이터를 표준화된 방식으로 주고받을 수 있게 돕는 개방형 규약입니다. Thawar는 이를 “모든 것을 MCP로 연결한다(MCP everything)“는 전략으로 불렀습니다. 누군가 사내 Slack 데이터를 읽는 MCP를 만들면 회사 안의 모든 동료가 즉시 자신의 작업 흐름에 가져다 쓸 수 있습니다.
실제 환경에서는 이 프록시가 단순한 트래픽 전달을 넘어 여러 운영 계층을 함께 수행했을 것입니다. 부서별로 사용한 토큰과 비용을 실시간으로 추적해 정산하는 기능이 작동했을 것이고, 외부에서 새로운 기반 모델이 출시되면 기존에 돌아가던 사내 작업 흐름에 오류가 생기지 않는지 확인하는 자동 회귀 시험 절차를 거쳤을 것입니다. 또한 데이터 보안 등급에 따라 허용되는 모델을 제한하는 안전장치가 프록시 앞단에서 트래픽을 통제하고, 새로운 사내 MCP 서버가 등록되기 전에는 접근 권한 범위와 보안 취약점을 검토하는 절차를 두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공용 인프라 위에서 기술 개발자가 아닌 현장 실무자들은 각자의 업무를 바꾸는 도구를 직접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첫째는 비개발 영업 담당자가 Cursor로 만든 판매자 사이트 진단 도구입니다. 이 담당자는 잠재 고객인 판매자의 웹사이트 성능을 자동으로 측정하고 이를 Shopify의 기준 성능과 비교하는 도구를 직접 짰습니다. 예전에는 손으로 몇 시간씩 걸리던 분석이 즉시 완료되었고, 사내 내부 문서를 조회해 실제 영업 통화에서 활용할 수 있는 맞춤형 대화 주제까지 도구가 제공해 주었습니다.
둘째는 영업 엔지니어가 구축한 통합 업무 화면입니다. 이 엔지니어는 자주 쓰는 Google Drive, Slack, Salesforce의 MCP를 묶어 Cursor 안에 대시보드를 만들었습니다. “오늘 뭘 해야 하지?”라고 물으면, 이 화면은 Salesforce에서 계약 체결 직전에 와 있는 사업 기회를 포착하고 해당 고객이 보낸 미답변 이메일을 짚어 내며 즉시 답장을 쓰라고 제안합니다. 개별 도구를 일일이 확인하는 대신, Cursor를 매일의 첫 작업 화면으로 삼은 셈입니다.
셋째는 Revenue Tooling 팀이 오픈소스 대화형 인터페이스인 LibreChat을 바탕으로 만든 제안요청서(RFP) 응답 에이전트입니다. 제안요청서의 여러 질문에 병렬로 답안을 작성하며, 사내 문서를 실시간으로 조회합니다. 아울러 모델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답했는지를 스스로 평가해 답마다 확신 점수를 매깁니다. 이 에이전트는 실제 수주로 이어진 과거 답변에서 지속해서 배우며 응답 품질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에이전트는 수주율을 높였습니다.
추론을 드러내고 사람이 감시하는 자동화
시중에 나온 많은 인공지능 도구는 결과물만 보여 주고 내부의 판단 과정을 가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Shopify는 인공지능이 어떤 논리적 단계를 거쳐 결론에 도달했는지를 투명하게 드러내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인공지능이 결과에 도달하기까지 거친 논리적 단계를 투명하게 보여 주면 직원들이 해당 업무를 숙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이 원칙이 가장 잘 드러난 곳이 프로젝트 주간 업데이트 자동화입니다.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GitHub의 풀 리퀘스트(PR), 기획 문서, 작성된 댓글, GitHub 이슈, Slack 논의를 실시간으로 읽어 들여 한 주간의 진척 요약 초안을 작성합니다. 매주 금요일이 되면 각 프로젝트의 책임자에게 인공지능이 쓴 초안과 함께 “이번 주에 무엇을 끝냈나요?”라는 질문이 도착합니다.
책임자는 인공지능이 쓴 글을 그냥 승인하지 않고 비판적으로 검토합니다. 요약이 빗나간 부분을 바로잡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사업적 위험을 직접 짚어 넣도록 권장받습니다. 2025년 7월 기준으로 인공지능이 작성한 주간 업데이트 중 사람이 손대지 않고 그대로 발행되는 비율은 약 절반에 이릅니다. Thawar는 사람이 최종 수정한 본문과 인공지능이 처음 작성한 초안의 차이(diff)를 꼼꼼하게 추적합니다.
이 수정 데이터를 모델 개선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텍스트 학습을 넘어 정밀한 분류 작업이 뒤따랐을 것입니다. 사람이 고친 내용이 단순한 사실 관계 오류 수정인지, 회사의 사업 전략과 맞지 않는 방향을 조정한 것인지, 아니면 개인적인 문체 취향에 따른 윤문인지를 구분해 라벨을 붙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사실 오류나 전략 불일치 사례를 선별해 프롬프트와 미세 조정용 데이터로 환류해야 모델이 실질적으로 정교해지기 때문입니다.
엔지니어링 영역에서도 이 원칙은 오픈소스 프레임워크 Roast로 구현되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축에 드는 Ruby on Rails 코드베이스를 운영하는 Shopify는 프롬프트 한 번으로 코드를 고치는 방식의 도구로는 대규모 시스템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결정론적으로 작동하는 전통적 개발 검증 도구와 대규모 언어 모델의 유연성을 결합한 Roast를 개발했습니다.
Roast는 작업을 세부 단계로 나누고 단계마다 인공지능의 추론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 줍니다. 여러 단계를 거치는 동안 대화 기록을 차곡차곡 쌓아 개발자가 인공지능이 결론에 도달한 경로를 언제든 추적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Claude Code 기반으로 만들어진 CodeAgent는 자신이 실행한 작업과 그 이유를 요약해 보고하며, 테스트 코드를 채점할 때도 점수만 던져 주는 것이 아니라 감점과 가점의 근거를 먼저 설명합니다. Shopify는 수천 개의 사내 테스트 파일을 분석하고 자주 발생하는 오류를 자동으로 수정하는 검증을 거친 뒤 Roast를 외부에 오픈소스로 공개했습니다.
초심자의 마음가짐과 조직의 재설계
Thawar는 인공지능 전환기일수록 조직이 신입 인재를 더 대담하게 채용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엔지니어링 인턴 2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시험 운영이 성공을 거둔 뒤, 그는 기존 인프라로 75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가 곧바로 목표치를 1,000명으로 크게 올려 잡았습니다.
인턴들은 낡은 개발 습관에 얽매이지 않고 인공지능 도구를 두려움 없이 휘두르는 “AI 켄타우로스”였습니다.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했던 시절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모바일 네이티브 인재를 채용해 조직 전체에 변화의 활력을 불어넣었던 경험과 같은 맥락입니다. 편견 없는 초심자들의 거침없는 시도가 팀 전체의 도구 활용 문화를 밀어 올렸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빠른 시제품 제작 문화와 맞물렸습니다. Tobi Lütke 최고경영자는 하나의 기술적 문제에는 무한히 많은 나쁜 해법이 존재하며 좋은 해법도 1만 개쯤은 있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처음에 작동하는 해법 하나에 안주해 버리면 가장 뛰어난 해법을 놓치게 된다는 뜻입니다. 생성형 인공지능 덕분에 시제품을 만드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게 되자, 조직 안에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수많은 대안을 빠르게 만들어 비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도구의 활용은 인사 평가 체계에도 반영되었습니다. 사내 엔지니어링 대시보드는 Cursor, Claude Code, 사내 프록시의 사용량을 집계합니다. 인공지능 도구 사용량과 실제 사업 성과 사이에 뚜렷한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내 분석 결과가 나오자, 회사는 360도 다면 평가 항목에 동료가 “AI 네이티브”한지, 혹은 “AI 반사적”으로 일하는지를 평가하는 문항을 정식으로 넣었습니다.
Shopify의 최고수익책임자(CRO)인 Bobby Morrison은 이러한 변화를 두고 다음과 같이 평가했습니다. “우리의 가장 뛰어난 커머셜 빌더들은 시장을 분석하고 기회를 찾는 일부터 전략을 세우고 판매자를 위한 해법을 만드는 일까지 모든 업무 방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가장 성공적인 사람들은 AI 유창성을 갖춘 이들입니다. 그들은 AI와 직관적으로 협력하며 AI의 속도에 맞춰 함께 진화합니다. AI를 별개의 무언가로 보지 않고, 단지 일하는 기본 방식으로 여깁니다.”
시간 절약을 넘어선 과정의 권력
Shopify의 사례가 주는 가장 근본적인 교훈은 인공지능 도입을 개별 소프트웨어 구매가 아니라 조직의 기본 구조를 바꾸는 변혁으로 다루었다는 점입니다. 법무 부서와의 선제적 조율, 토큰 지출 한도의 철폐, 엔지니어링 팀이 주도한 통합 프록시와 전사 MCP 구축, 신입 인재 육성, 인사 평가 기준의 개편이 하나의 유기적인 체계로 맞물려 작동했습니다.
Thawar는 이 변화를 도요타 생산 방식(TPS)에 비유하며 “프로세스 파워(Process Power)“라는 개념으로 설명했습니다. 특정 세부 작업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을 인공지능으로 크게 줄이면, 단순히 작업 시간이 줄어드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업무 전체의 순서와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운영 전제를 완전히 다시 설계할 수 있게 됩니다.
영업 담당자가 잠재 고객의 사이트를 정밀하게 진단하는 작업이 거의 비용 없이 즉시 이루어지게 되면, 고객에게 연락을 취하는 시점뿐 아니라 전체 영업 파이프라인의 운영 순서 자체가 바뀝니다.
일부 부서에만 도구를 쥐여주고 보안과 비용을 이유로 엄격한 통제를 먼저 세우는 방식으로는 현장의 이런 변화를 이끌어 내기 어렵습니다. 인공지능을 조직에 뿌리내리게 하려면 개별 SaaS를 구매해 나눠주는 수준을 넘어, 데이터를 자유롭게 연결하는 사내 플랫폼 인프라를 마련하고 조직의 제약 조건을 먼저 풀어 주어야 합니다. Shopify가 보여 준 속도는 강력한 도구 자체보다, 그 도구를 조직 전체가 제약 없이 쓰도록 빗장을 푼 결단에서 나왔습니다.
출처
First Round — From Memo to Movement: Shopify’s Cultural Adoption of AI — https://www.firstround.com/ai/shopify — 2025-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