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 Field Notes

AI 네이티브No. 12

데이터 안 만지는 CSO, Stanford의 실험

AI 에이전트 11개로 신약 R&D 조직을 본뜬 연구

AI 네이티브 번호
12
게시
2026-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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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 CSO 에이전트는 계획과 배분만 맡고 데이터를 만지지 않습니다.
  • 리뷰어 에이전트가 모든 분석을 검토하고, 그 지적에 따라 CSO가 작업을 되돌립니다.
  • 사람 조직도를 그대로 본떠 각 분야 전문가가 에이전트를 감사할 수 있습니다.

제약사의 복잡한 초기 연구 조직을 그대로 본뜨다

신약 개발을 시작하려는 제약사나 바이오 회사의 회의실을 상상해 보십시오. 연구진은 수많은 질환 단백질 가운데 어떤 것을 공략해야 할지 고민합니다. 한쪽에서는 유전학자가 유전체 데이터를 근거로 후보를 추천하고, 다른 쪽에서는 세포생물학자가 그 유전자가 어떤 세포에서 작동하는지 따집니다. 안전성 과학자는 약물을 투여했을 때 치명적인 독성이 생기지 않을지 경고하고, 약리학자는 저분자 화합물로 만들지 항체로 만들지 논쟁합니다. 수많은 팀과 조직에 파편화되어 흩어져 있는 증거들을 하나의 의사결정으로 모으는 일은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요구합니다.

Stanford 대학 James Zou 교수(생의학 데이터 과학과 부교수) 연구실은 이 초기 신약 개발 과정을 통째로 AI 시스템으로 옮기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Virtual Biotech입니다. 제1저자인 Harrison Zhang(MD-PhD 과정 학생)은 Stanford Daily를 통해 이것이 영리 기업이 아니라 “연구 프로젝트이자 하나의 아이디어”라고 밝혔습니다. Stanford 뉴스 오피스는 “직원 3만 7,000명”에 “급여 지급 없음”인 바이오텍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지만, 이는 비유적인 묘사일 뿐입니다. 실제로 제품을 판매하는 사업체도 아니고, 실험대나 실제 실험 기구도 없습니다. 이 연구는 2026년 2월 사전 공개 논문으로 먼저 발표된 뒤, 2026년 9월 17일 학술지 Science에 정식 게재되었습니다. 관련 코드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MIT 라이선스로 공개되었습니다.

Virtual Biotech이 다루는 영역은 신약 개발의 초기 컴퓨터 기반 연구 단계입니다. 어떤 질병 표적을 공략할지 고르고, 그 표적을 건드리는 것이 안전할지 검토하며, 약물의 물리적 형태를 결정하고, 과거 임상시험 실패와 성공에서 교훈을 얻는 일입니다. 저자들은 이 과정의 핵심 증거들이 여러 부서에 나뉘어 있어 조율이 어렵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Zou 교수는 2025년 AI 에이전트들이 학술 연구 그룹처럼 협업하는 Virtual Lab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Zou 교수는 Stanford Daily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새 시스템이 단일 연구실 수준을 넘어 훨씬 더 복잡한 신약 R&D 조직 구조를 그대로 복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데이터에 손대지 않는 CSO 에이전트와 전문 에이전트들의 협업

Virtual Biotech은 11개의 에이전트로 조직을 꾸렸습니다. 정점에는 최고과학책임자인 CSO 에이전트가 있습니다. CSO 사무실 안에는 두 개의 보좌 에이전트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사전 브리핑을 작성하는 비서실장 에이전트와, 결과물을 엄밀하게 따지는 과학 리뷰어 에이전트입니다. 그 아래로는 네 개 부서에 소속된 과학자 에이전트 8개가 일합니다.

첫 번째 부서는 표적 발굴 및 우선순위 부서입니다. 전장 유전체 연관 분석 같은 유전적 증거를 살피는 통계 유전학 에이전트, CRISPR 유전자 가위 스크리닝과 약물 교란 데이터를 다루는 기능 유전체학 에이전트, 어떤 유전자가 어떤 세포 유형에서 활성인지 확인하는 단일세포 아틀라스 에이전트가 속해 있습니다. 두 번째 부서는 표적 안전성 부서입니다. 단백질 간 상호작용 경로를 분석하는 에이전트와 단일세포 아틀라스 에이전트, 그리고 약물 부작용 보고, 약물 경고, 유전자 결손 생쥐 데이터를 검토하는 FDA 안전성 책임자 에이전트가 함께 일합니다. 세 번째 부서는 약물 형태 선택 부서입니다. 단백질 구조와 세포 내 위치를 살피는 표적 생물학자 에이전트, 기존 약물과 화학 탐침을 검토하는 약리학자 에이전트로 구성됩니다. 마지막 부서는 임상 담당 부서로, 임상시험 전문가 에이전트와 앞서 나온 FDA 안전성 책임자 에이전트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단일세포 아틀라스 에이전트와 FDA 안전성 책임자 에이전트는 전문성을 살려 두 부서에 걸쳐 활동합니다.

Virtual Biotech 에이전트 조직도
CSO 에이전트비서실장과학 리뷰어표적 발굴·우선순위통계 유전학기능유전체학단일세포아틀라스표적안전성경로·단백질상호작용단일세포아틀라스FDA 안전성책임자약물 형태선택표적생물학자약리학자임상 담당임상시험전문가FDA 안전성책임자두 부서 겸임 에이전트
총 11개 에이전트로 조직을 구성하며 두 에이전트는 두 부서에 걸쳐 활동합니다. (출처: Zhang et al., The Virtual Biotech, bioRxiv)

에이전트들은 Anthropic의 Claude Agent SDK 위에서 동작합니다. 각 에이전트는 서로 다른 지시문과 도구를 부여받았습니다. 연구팀은 Model Context Protocol(MCP)을 바탕으로 10개의 데이터 서버를 구축했고, Open Targets, ClinicalTrials.gov, 대규모 단일세포 아틀라스 같은 공개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하고 계산하는 100개 이상의 도구를 연결했습니다. 전체 계획을 세우는 CSO와 전문 분석을 맡는 과학자 에이전트들은 Claude Sonnet 4.5 모델을 사용합니다. 반면 작업을 검토하고 브리핑을 준비하는 비서실장과 리뷰어 에이전트는 효율과 속도를 위해 더 작고 빠른 Claude Haiku 4.5 모델을 씁니다.

연구 질문이 들어오면 시스템은 정해진 6단계를 거칩니다. 사람이 특정 단백질이 암 치료를 위한 좋은 약물 표적인지 묻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두 번째 단계에서 CSO는 곧바로 비용이 드는 대규모 분석을 시작하지 않고, 질문을 던진 사람을 먼저 인터뷰하여 연구 의도를 구체화합니다. 그 사이 비서실장 에이전트는 해당 분야의 배경지식과 최신 동향, 시스템이 보유한 데이터 현황을 담은 브리핑 문서를 작성합니다. 세 번째 단계에서 CSO는 문제를 하위 과제로 쪼개어 적절한 과학자 에이전트들에게 배정합니다. 부서들을 병렬로 동시에 돌릴지 차례대로 진행할지 결정하고 부서 사이의 정보 전달을 엄격하게 통제합니다.

네 번째 단계에 이르러 과학자 에이전트들이 데이터를 조회하고 분석 코드를 작성해 실행한 뒤 결과를 보고합니다. 다섯 번째 단계에서는 리뷰어 에이전트가 분석 결과를 세 가지 잣대로 평가합니다. 원래 질문에 정확히 답했는지, 증거가 충분히 강력한지, 분석 과정이 철저했는지를 점검합니다. 마지막 단계에서 리뷰어가 빈틈이나 증거 없는 주장을 발견하면, CSO는 지적 사항을 담은 피드백과 함께 해당 에이전트에게 작업을 되돌려 보냅니다. 모든 기준을 통과하면 비로소 CSO가 최종 종합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이 흐름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CSO 에이전트의 역할 제한입니다. 논문 표현에 따르면 CSO는 “데이터에 직접 접근하거나 분석을 수행하지 않는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CSO 에이전트는 분석을 직접 실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무엇을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 알고 각 분야의 답을 어떻게 종합할지만 고민하는 조정자입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직접 바이올린을 켜지 않으면서 전체 연주를 조율하는 것과 같습니다.

폐암 사례와 수만 개 복사본이 증명한 협업

이 일하는 방식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폐암 관련 B7-H3 단백질 분석 사례에서 잘 드러납니다. 연구팀은 시스템에 외부 웹 검색 접근 권한을 주지 않았고, 모델의 사전 학습 지식은 2025년 1월에서 멈춘 상태였습니다. 연구가 시작되자 유전학 에이전트가 유전적 증거를 살폈고, 단일세포 아틀라스 에이전트는 B7-H3가 종양 주변의 결합조직 세포인 섬유아세포에서 가장 활성화되어 면역세포를 억제하는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포착했습니다.

이 보고를 본 CSO가 리뷰어 에이전트를 불렀습니다. 리뷰어는 날카로운 허점을 짚어냈습니다. 세포들을 낱개로 분리해 분석한 단일세포 데이터는 조직 안에서 세포들이 어디에 위치해 있었는지 공간 정보를 잃어버렸다는 지적이었습니다. CSO는 즉각 단일세포 아틀라스 에이전트에게 작업을 다시 지시했습니다. 에이전트는 폐 종양 샘플 12개의 공간 전사체 데이터를 다시 분석했고, 실제로 B7-H3 단백질이 많이 모여 있는 지점 근처에 면역세포가 적게 분포한다는 사실을 입증했습니다.

뒤이어 임상시험 전문가 에이전트가 공개 암 코호트 데이터를 분석해 B7-H3 발현이 높으면 암 환자의 생존율이 낮은지 확인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표적 생물학자 에이전트가 이 단백질이 세포 표면에 노출되어 있음을 확인했고, 약리학자 에이전트는 작은 화학 분자 형태의 약물이 결합할 만한 주머니 구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모든 증거를 취합한 CSO는 독성 약물을 탑재해 목표 세포로 정확히 운반하는 항체인 항체-약물 접합체 형태의 약물을 개발하라는 최종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하루가 채 걸리지 않았고, 사용된 API 비용은 46달러에 불과했습니다.

연구팀이 발표한 “3만 7,000개 에이전트”라는 숫자는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에이전트가 3만 7,000종류라는 뜻이 아닙니다. 하나의 전문 에이전트를 수만 개로 복제해 병렬로 투입했다는 의미입니다. 어떤 약물이 임상시험에서 성공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CSO 에이전트는 55,984건의 공개 임상시험 데이터셋에 실제 결과 데이터를 보완하자는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시스템은 임상시험 전문가 에이전트를 37,075개로 복제해 2상 및 3상 임상시험 하나당 에이전트 하나씩을 동시에 배정했습니다. 각 에이전트는 ClinicalTrials.gov를 먼저 확인하고, 학술 논문, 보도자료를 순서대로 살피며 입력한 모든 수치마다 출처를 꼼꼼히 기록했습니다. 저자들에 따르면 단 한 개의 에이전트로 처리했다면 약 1,839시간이 걸렸을 방대한 작업이 단 6시간 만에 완료되었습니다.

이 분석을 통해 시스템은 소수 세포 유형에서만 선택적으로 활성화되는 유전자를 겨냥한 약물이 시장에 최종 출시될 가능성이 48% 더 높고, 부작용 발생률은 32% 더 낮다는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다만 이 임상 데이터는 실험군을 통제한 결과가 아닌 관찰 데이터이므로 인과관계가 아닌 통계적 상관관계를 뜻합니다.

이 과정에서 사람은 어디에 위치할까요? 논문은 이를 “가벼운 사람 상호작용”으로 설명합니다. 사례 분석이 진행되는 동안 사람이 직접 한 일은 두 가지뿐이었습니다. 초기에 CSO가 던진 질문에 의도를 명확히 답해 준 일과, 매 분석 라운드가 끝난 뒤 추가 분석이나 민감도 점검을 요구하는 후속 질문을 던진 일입니다. 저자들은 “실험 아이디어, 설계, 실행은 에이전트가 주도했다”고 밝혔습니다. 대신 사람은 시스템의 앞과 뒤에서 결과를 검토했습니다.

모든 세션은 화면에 에이전트의 추론 과정과 사용 도구를 투명하게 남깁니다. 공개된 코드는 실행할 때마다 코드, 데이터, 주장 목록, 출처 정보, 감사 보고서를 파일로 저장해 연구자가 분석을 그대로 다시 실행해 볼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저자들은 무작위로 추출한 100건의 임상시험을 사람 검토자 두 명이 직접 검토해 에이전트의 결과와 대조했습니다. 그 결과 1차 평가변수 판정은 89.7%, 2차 평가변수는 83.9%, 이상반응 발생률은 92.4%의 일치율을 보였습니다. 기존에 사람이 수작업으로 구축한 데이터셋과 겹치는 7,278건의 임상시험에서는 85.3%의 일치율을 기록했습니다. Zou 교수는 Stanford Daily에 핵심 발견 몇 가지를 박사급 전문가가 직접 다시 수행해 재현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임상시험 데이터 일치율 검증
무작위 100건(사람 2명과 대조)1차 평가변수89.7%2차 평가변수83.9%이상반응 발생률92.4%기존 수작업 데이터 7,278건데이터 일치율85.3%75%80%85%90%95%100%
위는 사람 검토자 2명과 비교했고 아래는 기존 수작업 데이터셋과 비교했습니다. (출처: Zhang et al., The Virtual Biotech, bioRxiv)

외부 현실을 통한 검증도 있었습니다. 모델의 학습 지식 시점 이후인 2025년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한 제약사가 개발한 B7-H3 표적 항체-약물 접합체 ifinatamab deruxtecan에 대해 혁신 치료제 지정을 부여했습니다. Virtual Biotech이 외부 최신 정보를 모른 채 내놓은 설계 방향이 실제 제약 산업의 최전선 연구와 정확히 일치한 셈입니다. Zou 교수는 이를 두고 “독립적인 제3자 검증”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분업과 기록 방식이 만들어 낸 차이

Virtual Biotech이 기존 바이오텍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단순히 계산 속도가 빠르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일을 쪼개는 방식과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방식에 있습니다.

첫째로 분석과 판단이 명확하게 분리되어 있습니다. 기존 조직에서는 연구 방향을 결정하는 사람이 증거도 직접 따진다고 저자들은 짚습니다. 반면 Virtual Biotech에서 CSO 에이전트는 계획을 세우고, 일을 배정하고, 종합 보고서를 쓰는 일만 합니다. 분석은 오직 제한된 도구만 쥔 전문 에이전트가 맡고, 그 분석의 타당성은 완전히 분리된 리뷰어 에이전트가 검증합니다. 논문 저자들은 기존 회사에서 의사결정이 “조직 역학, 서로 다른 사전 믿음, 직원 인센티브”에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다만 이는 저자들의 문제의식일 뿐 실제 제약사 팀과의 직접 비교를 통해 검증된 주장은 아닙니다.

둘째로 AI의 조직도가 그대로 사람의 검토 지도가 됩니다. 저자들은 “각 에이전트를 해당 분야 사람 전문가가 더 쉽게 감사할 수 있게” 조직을 설계했다고 설명합니다. 유전학 연구자는 유전학 에이전트의 코드를 검토하고, 안전성 전문가는 FDA 안전성 책임자 에이전트의 기록을 감시하면 됩니다. 기존 제약사에서는 수많은 결정의 근거가 슬라이드 자료와 비공개 회의실 안에서 흩어져 사라지곤 합니다. 반면 이 시스템은 모든 단계의 분석 코드와 데이터 출처를 저장합니다. 저자들은 이러한 수준의 투명성은 전통적인 신약 연구 환경에서 “거의 달성할 수 없다”고 적었습니다.

셋째로 부서 사이의 유기적인 작업 넘김이 기본 규칙으로 작동합니다. B7-H3 사례에서 리뷰어가 단일세포 데이터의 한계를 지적하자 곧바로 공간 데이터 분석으로 이어졌고, 이는 다시 다른 에이전트의 생존율 분석으로 연결되었습니다. 서로 다른 부서가 단절된 칸막이 문화의 조직에서는 이런 매끄러운 넘김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저자들은 지적합니다. Virtual Biotech에서는 CSO 에이전트가 이 넘김을 당연한 절차로 수행합니다.

넷째로 방대한 반복 정리 작업의 비용이 극단적으로 낮아져 전수 조사가 가능해졌습니다. Zou 교수는 Stanford 뉴스 오피스와의 인터뷰에서 수만 건의 임상시험 데이터를 사람이 직접 손으로 정리했다면 수년이 걸렸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시스템은 시험 하나당 에이전트 하나를 배정해 밤새 전수 검토를 마쳤습니다. 심층 분석 사례 두 건에서 발생한 API 비용은 각각 약 46달러와 54달러에 불과했습니다. Zou 교수는 Stanford Daily에 “에이전트당 비용은 1달러 미만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람은 실제 실행의 바깥 테두리로 물러났습니다. 사람은 최초 질문을 던지고, CSO의 명확화 질문에 답하며, 중간 피드백을 주고, 결과물을 최종 감사하는 역할에 집중합니다. 복잡한 아이디어 발상과 실험 설계, 코드 실행은 에이전트들이 주도합니다. 다만 논문은 리뷰어 에이전트에게만 안전을 맡겨서는 안 된다고 스스로 경고합니다. 시스템 안에서 “실수 하나가 가상 조직 전체로 퍼질 수 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저자들은 “사람 전문가가 작업 흐름에 참여하는 것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다른 산업이 배울 수 있는 다섯 가지 교훈

이 연구가 제시하는 방식이 널리 퍼진다면 제약 바이오 산업의 R&D 구조는 큰 변화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신약 표적 하나를 제대로 검토하려면 여러 부서의 전문가들이 모여 자료를 모아야 했습니다. 하루 만에 수십 달러의 비용으로 포괄적인 초기 검토 보고서를 받아볼 수 있다면, 제약사는 한정된 예산 안에서 훨씬 더 많은 표적 후보를 사전에 스크리닝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Singularity Hub가 지적했듯, 컴퓨터로 후보를 더 잘 고른다고 해서 실제 실험실 세포 실험이나 막대한 비용이 드는 환자 대상 임상시험 자체가 저렴해지거나 단축되는 것은 아닙니다.

데이터 수집 및 전문 컨설팅 서비스의 판도도 흔들릴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기준점으로 삼은 데이터셋은 과거 연구자들이 손으로 직접 구축한 자료였습니다. 반면 이번에 임상시험을 전수 분석한 데이터셋은 AI 에이전트들이 단 몇 시간 만에 구축해 공개했습니다. 이러한 흐름이 정착되면 단순히 증거를 검색하고 정리해 모으는 서비스의 가치는 떨어지고, 수집된 결과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는 해석과 판단 능력으로 부가가치가 이동할 수 있습니다.

신약 개발 분야가 아니더라도 복잡한 지식 노동을 다루는 모든 조직이 Virtual Biotech의 설계에서 배울 점은 분명합니다. 첫째, 전체를 지휘하는 조정자 에이전트와 실제 데이터를 만지는 분석가 에이전트를 분리하는 것입니다. 조정자가 데이터에 손을 대지 못하게 막아야만 전문 에이전트에게 명확한 질문을 던지게 만들 수 있고, 결과물도 단계별로 투명하게 검증할 수 있습니다. 둘째, AI 에이전트를 사람이 제대로 감독하게 만들려면 실제 사람의 직무 조직도를 그대로 본떠 에이전트를 나누는 것이 유리합니다. 각 분야의 담당자가 자기 직무에 대응하는 에이전트를 직관적으로 감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결과물을 비판하는 리뷰어 에이전트를 일의 흐름 속에 필수 단계로 넣는 설계입니다. 리뷰어가 최종 답변 전에 개입해 기준 미달인 작업을 되돌려 보내는 구조가 있어야 환각이나 논리적 비약을 걸러낼 수 있습니다. 넷째, 전체 작업을 맹신하는 대신 무작위 표본을 뽑아 사람의 판단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통계적으로 측정하는 방식입니다. 100건의 표본 검증처럼 구체적인 오차율을 숫자로 쥐고 있어야 시스템을 신뢰할 수 있습니다. 다섯째, 대규모 반복 작업에는 에이전트를 수만 개로 복제해 병렬로 투입하는 전략입니다. 한 에이전트의 대화 맥락이 오염되는 것을 막으면서 긴 작업을 하룻밤 만에 처리할 수 있습니다.

아직 증명되지 않은 한계들

Virtual Biotech은 어디까지나 학술 연구 프로젝트입니다. 실제 고객을 상대하며 기한의 압박을 받는 상업 회사가 아닙니다. 논문에 실린 성공 사례들은 연구진이 직접 선별한 것이며, 처리 시간과 비용, 사람과의 일치율 같은 수치 또한 대부분 저자들의 자체 측정값입니다.

이 글의 세부 내용은 주로 2026년 2월에 발표된 사전 공개 논문을 바탕으로 합니다. 2026년 9월에 게재된 Science 정식 논문은 초록만 읽을 수 있었기 때문에 일부 구체적인 수치가 달라졌을 수 있습니다.

또한 임상시험 분석을 통해 얻은 결론은 관찰 연구에 기반한 상관관계일 뿐이며, 시스템이 새로 제안한 질병 표적들은 아직 실제 생물학 실험실에서 물리적 검증을 거치지 않았습니다. Zou 교수는 다음 단계가 실제 실험실에서의 물리적 테스트라고 밝혔으며, 현재까지 이 시스템에 대한 독립적인 외부 전문가의 비평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출처

  1. Stanford Medicine News Center — Virtual biotech company puts thousands of AI scientist agents to work on drug discovery — https://med.stanford.edu/news/all-news/2026/09/virtual-biotech-company.html — 2026-09-17
  2. bioRxiv — The Virtual Biotech: A Multi-Agent AI Framework for Therapeutic Discovery and Development (Zhang, Eckmann, Miao, Mahon, Zou) — https://www.biorxiv.org/content/10.64898/2026.02.23.707551v1 — 2026-02-23
  3. Science — The Virtual Biotech: A multi-agent AI framework for therapeutic discovery and development (초록만 확인) —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eg6779 — 2026-09-17
  4. GitHub — TheVirtualBiotech README (Harrison Zhang) — https://github.com/harrisongzhang/TheVirtualBiotech — 2026-10-22 확인
  5. The Stanford Daily — AI-powered biotech could shave years off of drug discovery — https://stanforddaily.com/?p=1299728 — 2026-10-14
  6. Singularity Hub — Virtual Biotech Company Puts 37,000 AI Agents to Work on Drug Discovery (Edd Gent) — https://singularityhub.com/2026/09/18/virtual-biotech-company-puts-37000-ai-agents-to-work-on-drug-discovery/ — 2026-09-18